2023년 봄이 오고 있다.
나주 빛가람 호수공원 근처에서 일을 한지 벌써 3년차 이다.
2번의 계절을 보내고 마지막이 될지도 모를 봄을 맞이 하고 있다.
직장 근처에 이런 공원이 있는 삶을 원했음에도 불구하고
첫 해에는 밖을 나서는 일을 하지 않았었다.
점심시간마다 짬을 내어 나가는 일이 마음을 먹지 않는 한 잘 되지 않았기에
그 시간들을 '산책'이라는 것으로 선택하지 못했던 시간이 조금 아쉬웠고
시간이 너무 빠르게 흘러가버린 것 같다.
두번째 해의 봄부터는 점심산책을 자주 나섰다.
'하루' 만 보고 살기를 시작했던 그 날로 부터
실패한 시간들도 많았지만 되도록 많은 '오늘'을 만나기 위해 노력했다.
그렇게 한동안의 시간을 보내고 나니
아침에서 금방 저녁으로,
눈깜박하면 지나갔던 3일을 넘어섰던 시간들이
점점 몸으로 느껴지면서
'오늘'이라는 하루가 점점 길어졌다.
요즘은 조금 지겹다고 느껴질 만큼이나 시간이 잘 가지 않는 날도 적지 않다.
시간은 느리게 가는것도 빠르게 가는것도 아닌
여전히 동등하게 흘러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마음을 어떻게 먹고 생각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이렇게나 달라지는 것이 신기하다.
시간을 느낄 수 있다는 것은
그 시간들 안에서 '선택'하여 할 수 있는 일들의 다양성이 생긴다는 것이다.
그렇게 작년 한 해 동안에 나는
봄, 여름, 가을, 겨울 사계절을 온전히 느낄 수 있었다.
다시 다음해가 되었고 '봄'이 돌아왔다.
작년 12월 부터 올해 3월 초 까지 집안에만 틀어박혀서 아무것도 하지 못하였다.
결과는 뻔했다.
3개월이라는 시간이 예전처럼 훌쩍 지나가버린 것이다.
작년에 고생스럽게 늘려두었던 시간의 감각이 다시 원점을 찾을 것만 같았던 세상에
다시 '봄'이 찾아왔다.
멱살을 딱 잡고 어딜가느냐 하는 것 같았다.
그렇게 나는 다시 '오늘'로 돌아왔고
오늘의 봄을 만났다.
그렇게 2023년 첫 봄을 만났다.
땅에는 작고 작은 꽃들이 생기있게 피어나기 시작했다.
오랜만에 만난 민들레가 너무 예뻣다.
저 뽀송한 씨를 불어 세상으로 날려 더 많은 땅에 노랑이 태어났으면 좋겠다.
올해 처음으로 나가본 점신산책의 공기가 맑았다.
작년에 조금씩 쌓아두었던 체력이 3개월 방콕하면서 없어졌을 줄 알았는데
나도 모르게 축척되어진 기력은 쉽게 손상이 가지 않았다.
저 길을 오르는 일이 작년을 보내기 전에는 너무 힘이 들었었는데
조금은 뛰어서 올라갈 수도 있으니 얼마나 다행인가.
날마다 조금 더 쉬이 오를 수 있도록 체력을 길러야겠다.
운동을 해야겠다.
그런 마음들이 샘솟는 것 자체가 기분이 너무 좋아졌다,
세상 모든 봄을 알리는 꽃들이 하나둘씩 피어나고있다.
그 처음은 '노랑'이었다.
민들레도 노랑 산수유도 노랑.
산수유는 볼때마다 산유수와 산수유가 헷갈려서 검색을 하게된다.
이글을 쓰는 지금도 이게 맞나 싶어서 또 검색하고 나니
산수유는 열매이고 '산유수'가 맞다.
이 노랑 꽃의 이름은
산유수
이번에도 이렇게까지 찾고 정정해놓고 또 틀리겠지
오늘은 산유수산유수산유수산유수산유수산유수산유수산유수산유수산유수산유수산유수산유수산유수산유수산유수산유수산유수산유수산유수산유수산유수산유수산유수산유수산유수산유수산유수산유수산유수산유수산유수산유수산유수산유수산유수산유수산유수산유수산유수를 백번 되뇌어 보도록 해야겠다.
어느곳에 붙어있다가 떨어져 나왔는지 궁금하기도 하고 궁굼하지 않기도 하다.
출근길에 사무실로 걸어오다가 땅에 떨어져있던 친구를 주웠다.
여행가방을 들고 어디론가 가고 있는 것 같은데
지금은 나의 사무실 책상으로 여행와있다.
요번에 제주도에 가는데 같이 떠나볼까
좋은 날과 좋지않은 날의 공존
사실 매우 좋지 않은 날이었다. 되는일이 하나 없는 정말로 별로인 날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냥 다 아무렇지 않은 것 같은 느낌이었는데
인스타의 어떤 글귀들을 보자 마음이 너무 서글퍼 졌다.
왠지 슬픈 감정을 느끼지 못하는 사람이 된것도 같고
이 매우 좋지 않은 일에 대한 감각이 무너져버린것도 같았다.
'상황'에 맞지않게 매우 아무 감각조차 없는 날
그런 이상한 날 속에서 '봄'을 찾았고 '봄'을 걸었다.
그냥 모든 것들이 '봄'같았다.
그렇게 2023년의 봄이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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